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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자란다. 실전 수필쓰기 4

오월입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정유진기자 | 기사입력 2021/05/03 [10:30]

우리들은 자란다. 실전 수필쓰기 4

오월입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정유진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21/05/03 [10:30] | 조회수 : 7

 

 

실전 수필쓰기 3

 

(2) 실전 2

 

   등잔불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차 브레인스토밍.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384pixel, 세로 1440pixel

 

  위에 열거된 각 항목 중에는 장점과 단점, 분위기, 인상, 중심 심상 등이 한데 뒤섞여 있다. 만약 위에 열거한 내용을 그대로 쓴다면 결과는 일관성이 없는 글이 되고 만다. 따라서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분류와 배열은 다음 단계인 구성에서 다루기로 한다.

 

  . 구성단계

‘실전1’에서 이야기했지만, 배열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해야 한다. 아이디어의 종류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분류의 필요성은 커진다. 항목이 많으면 대상의 특징과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류의 기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보통 여러 가지 복잡한 사항을 볼 때 사용하는 통상적인 기준이 있는데, 다음에 열거한 것이 그런 기준들이다.

 

  (1) 정의나 특성에 따른 분류

  (2) 유용성 여부에 따른 분류

  (3) 장점과 단점에 따른 분류

  (4) 긍적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른 분류

  (5) 개인적이냐 사회적이냐에 따른 분류

  (6) 과거인가 현재인가에 따른 분류

  (7) 단기적 문제냐 장기적 문제에 따른 분류

  (8) 정의냐 불의냐에 따른 분류

  (9) 윤리적이냐 또는 비윤리적이냐에 따른 분류

 

  이 외에도 사안에 따라 분류 기준은 더 많아질 수도 있겠지만 대략 이 정도로 잡으면 어지간한 문제들은 분류할 수 있다.

  이제 생각나는 대로 나열한 항목 (1)부터 (11)까지, 장단점에 따른 분류 기준과 특징에 따른 분류 기준을 적용해서 일차적으로 항목들을 크게 세 개의 집단으로 분류해 본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2a743428.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24pixel, 세로 2078pixel

 

 

    ① 장점 : (1) 전등은 주의를 분산시키겠지만 등잔불은 정신을 집중시켜 준다.

              (2) 등잔불은 남포처럼 등피를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3) 등잔불은 산간벽지에서도 쓸 수 있다.

              (8) 등잔불은 비용이 적게 든다.

 

    ② 단점 : (5) 등잔불은 남포불이나 전등불에 비해 어둡다.

              (6) 등잔불은 그을음이 많아 비위생적이다.

             

 

    ③ 특징 : (4) 등잔불은 형태나 분위기가 촛불과 같다.

              (7) 등잔불은 아늑하고 오붓한 분위기가 난다.

              (9) 등잔불은, 흉한 것까지 환히 비추는 전등과는 달리 어지간한 것은                    덮어주고 가려준다.

              (10) 전등은 시시콜콜 따지는 수사관이나 법관이라면, 등잔불은 작은                     실수 같은 것은 눈감아 주는 성직자나, 아니면 인자한 어머니 같                     은 존재이다.

              (11) 전등은 햇빛이라면 등잔불은 달빛이다.

 

  일차적으로 각 항목을 공통점에 따라 분류했지만 이대로 본문에 배열할 수는 없다. 내용 전개를 하려면 무엇을 앞에 놓고 그다음에 무엇을 놓아야 미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①‘장점’을 앞에 놓고 ②‘단점’을 놓을 것인가, 아니면 ②단점을 앞에 놓고 다음에 ①장점을 놓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자가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가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글을 읽어보면 필자는 대상인 등잔불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정겹다”든가 “가지고 싶다”는 말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발상 단계에서 얻은 각 항목의 내용이 대부분 긍정적이다. 따라서 이 글의 결미는 긍정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에 ②‘단점’을 놓고 그 뒤에 ①‘장점’을 놓아야 결말이 긍정적으로 끝낼 수 있다. 아니면 부정으로 끝난다.

  다음 문제 즉 ‘③특징’을 어디에 놓는가 하는 문제는 절로 해결되었다. ①장점 뒤에 놓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③특징에 열거된 항목들은 등잔불의 분위기거나 인상 또는 중심 심상들과 같이 모두 긍정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정리하면, - - ③의 순서가 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②, , ③에 들어있는 작은 항목들을 어떻게 배열하는가 하는 문제다. ②단점에 속한 (5)(6)의 순서는 그대로 두어도 좋고 바꾸어도 관계가 없다. (5)“등잔불은 남포불이나 전등에 비해 어둡다”를 앞에 놓든가, (6)“등잔불은 그을음이 많아 비위생적이다”를 앞에 놓든가 상관이 없다.

  ①장점에 속하는 작은 항목의 배열이다. 네 가지 항목 가운데 (3)을 앞에 놓고 (8)을 그다음에 놓아도 좋고 이 순서를 바꾸어도 상관없다. 그다음에 (2)를 놓고 (1)을 마지막에 놓은 것이 좋다. 하지만 이 순서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음은 ③특징에 속하는 작은 항목들의 배열이다. 이 부분에서는 우선 뒤에서부터 배열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즉 중심 심상을 제일 나중에 놓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11)을 제일 뒤에 놓아야 한다. 다음에 (10)을 그 앞에 놓는 것이 좋다. 이제 이런 순서로 본문을 구성해 본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등잔불4.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440pixel, 세로 1032pixel

 

 

  본문의 구성이 <그림 4>처럼 완성되었으므로 이제 서두와 결미를 써야 한다. 예문의 서두인 A군에서 A, A₂를 그대로 가져오면 자연스럽게 본문의 내용과 연결된다. 결미도 마찬가지다. A군의 결미 부분에 해당하는 A₆을 가져오면 된다. 그리고 일화

A₅를 본문의 끝에 넣어서 결미에 나오는 등잔에 대한 애착과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 것이 좋다.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서두 : A, A

  본문 : ② 단점 : (5), (6)

         ① 장점 : (3), (8), (2), (1)

         ③ 특징 : (4), (7), (9), (10), (11)

         ④ 일화 : A

  결미 : A

 

  이제 무질서한 여러 가지 내용을 장점과 단점에 따른 분류 기준, 특징에 따른 분류 기준에 의해 나누고 그것들을 실질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또 지배적 심상의 순서로 구성해 보았다. 다음은 이 뼈대에 맞추어서 살을 붙이고 피를 통하게 하고 신경을 연결하는 집필 단계로 넘어간다.

 

  . 집필 단계

   완성된 설계도에 의해 집필해 본다.

 

 

  서두 : A₁ 시골에 사시는 외삼촌 집에 갔다. 그동안 외삼촌도 많이 늙으셨다.

        A  무엇을 찾다가 다락문을 열어 보니, 간장 종지보다 약간 큰 하얀 등잔을              발견했다. 심지를 끼우고 불을 붙이는 뾰족한 부리가 정겨웠다.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때 내가 쓰던 것이 분명했다. 반가웠다.

  본문 : (5) 등잔불은 남포불이나 전등불에 비해 어둡다. (6) 등잔불은 그을음이 많아              비위생적이다. a<자고 나면 콧구멍 속이 굴뚝처럼 까맣게 그을러 있었               .>

         (3) 그러나 등잔불은 b<전기가 들어갈 수 없는> 산간벽지에서도 쓸 수 있              . (8) 비용이 적게 든다. (2) 게다가 등잔불은 등피를 닦아야 하는 번              거로움이 없다. (1) 그뿐만 아니라 전등은 주의를 분산시키지만 등잔불              은 정신을 집중시켜 준다.

         (4) 등잔불은 형태나 분위기가 촛불과 같다. (7) 등잔불은 아늑하고 오붓한               분위기가 있어 좋다. (9) 등잔불은, 흉한 것까지 환히 비추는 전등과는               달리, 어지간한 것들은 덮어주고 가려준다. (10) 전등이 시시콜콜 따지               는 수사관이나 재판관이라면, 등잔불은 작은 실수 같은 것을 눈감아 주               는 성직자나, 아니면 인자한 어머니 같은 존재다. (11) 전등이 햇빛이라               면 등잔불은 달빛이다.  

          A₅ 어렸을 적에 공부는 해야 하는데 졸음이 문제였다. 등잔불에서 공부하               다 꾸벅 졸면 이마가 등잔에 가까워지고 앞머리가 부지직하고 탔다.               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 이마를 보면 얼마               나 공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결미 :  A₆ 이런 일 저런 일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등잔에 애착이 갔다. 외삼촌 몰               래 가져오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참기로 했다. c<외삼촌도 나처럼 등               잔불에 얽힌 추억이 있을지 모르니까.>

 

  통일성과 일관성과 초점이 뚜렷한 한 편의 글이 되었다. 그리고 집필과정에서 살을 붙이고 피가 통하게 하기 위하여 a< >, b< >, c< >을 보충하였다. 그렇게 한 결과 문장이 부드러워지고 의미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처음 브레인스토밍 결과를 나열했던 원문보다 크게 달라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글의 구성 유형은 시간적 구성 중에서 역순적 구성과 삽화구성을 취하고 있다.

A₅가 어린 날의 삽화이다.

                                              - 손광성, <수필쓰기>에서

 

 

 별을 접는 여인 

  

                                                               손 광 성

  몇 해 전 일이다. 나는 어느 조그만 변두리 중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그때 내 자리는 어떤 여선생님의 건너편이었는데, 우리 사이에는 낡은 철제 책상이 두 개, 그리고 그 경계선쯤 되는 곳에 크리스털 꽃병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흰 편이었고 치열은 아주 가지런했다. 소리 없이 웃는 모습이 소녀처럼 해사했다. 그 크리스털 꽃병 같았다. 나는 가끔 꽃병 너머로 그녀쪽을 건너다보았다. 그 때마다 움직이고 있는 그녀의 희고 가냘픈 손이 나의 시선으로 들어오곤 했다.

색종이로 별을 접고 있었다. 공책 한 칸 넓이만큼씩 잘라 놓은 색종이를 오각형이 되게 요리조리 접었다. 접기가 끝나면 손톱끝으로 다섯 개의 귀를 살리면서 허리 부분을 살짝 눌러 주면 금세 살아 통통한 예쁜 별이 태어나는 것이었다.

  어떤 종이는 손가락 넓이만큼, 또 어떤 종이는 대나무자의 넓이만큼 잘랐는데 그렇게 하면 그만큼 큰 별이 되었다. 그녀의 책상은 언제나 색종이가 색색으로 널려져 있었다.

  색종이가 없을 때는 낡은 잡지의 화보를 잘라서 별을 접기도 하고, 그것도 없을 때는 상품 선전 광고지로 대신했다. 아무리 쓸모 없는 종이라도 그녀의 손에만 들어가면 요술처럼 초색이 찬란한 별이 되곤 하는 것이 아주 신기했다.

  별사탕을 봉지째 터뜨려 놓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좁지 않은 책상 위에는 언제나 오색이 영롱한 종이 별들로 가득했다. 아니, 별이 가득한 곳은 책상만이 아니었다. 서랍 속이 그러했고, 도시락 가방 속이 그러했으며, 그녀의 코트 주머니 속이 또 그러했다.

  아무 데나 그처럼 별이 흔했던 것은 그녀가 별을 접는 데 장소나 시간 같은 것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였다. 병원 대합실이나 전철역 나무 의자이거나 틈만 나면 주머니에서 색종이를 꺼내서는 또 별을 접었다.

  별을 접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치 피터팬 영화를 보고 있는 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상의 나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천사의 하얀 손이 움직인다. 그 손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무수히 반짝이는 별무리들이 쏟아지고 그리고 그 별무리 사이를 하늘 잠자리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요정들이 날아다닌다.

  그래서 그녀가 별을 접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내려야 할 정거장도 잊어버리고는 두 정거장이나 지나고서야 허둥대며 내리는 그런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만든 별이지만 그것에 연연해하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낌없이 주어 버리는 것이 그녀의 별이었다.

  전철 안에서나 버스 안에서나 아이들이 칭얼대면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한 움큼씩 별을 꺼내서는 우는 아이들의 손바닥에 놓아 주곤 했다. 울던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고 짜증스런 표정을 하고 있던 어머니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돌았다.

  언젠가 새로 부임한 처녀 선생님이 그녀의 별을 보고 너무 좋아하자 그날 접은 별을 모두 주어 버리기도 했다. 애써 접은 것인데 아깝지 않으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웃을 뿐 달리 말이 없었다.

  어느 해인가 그녀가 1학년 담임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60명이 넘는 아이들의 생일을 모두 기억해 두었다가 그날이 되면 손수 만든 셀로판지 주머니에 오색이 영롱한 별을 가득히 넣어서는 축하 카드와 함께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방학 동안에 생일이든 아이들은 행여 못 받을까봐 조바심이었지만 개학 날이면 그 아이들에게도 어김없이 별이 든 봉지가 안겨졌다.

  가난과 무관심 속에서 자라난 이 학교 아이들에게 이 종이별은 그냥 종이별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따뜻한 사랑이요,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리고 먼 훗날까지 잊혀지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의 하늘에서 반짝일 진짜 별이었다. 별이 가득 든 주머니를 받아들고 교무실 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별처럼 빛나던 것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와 마주 앉았던 한 해가 어느덧 지나갔다.

  그동안 나의 눈에 비친 그녀는 언제나 처음 인상 그대로였다. 평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행복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세파가 남기고 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훌륭한 남편을 만나서 예쁜 아이들이랑 함께 살아가는 그런 여인에게서만이 풍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주위는 늘 밝고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을 안 것은 그다음 해 봄, 신학기가 되어서 그녀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고 난 후였다. 그녀는 미망인이었다.

  어려서는 일찍 부모를 여의었고 젊어서는 남편을 외국에 보내고 늘 떨어져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던 남편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냉동된 시신이었다. 사인(死因)도 유언도 없었다. 세 번을 죽으려고 했다. 그러나 세 번 다 실패했다. 울 수조차 없었다. 아이들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그녀는 별을 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울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 우는 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중 아름다운 것은 눈물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이 아닌가 한다. 나는 그녀에게서 그것을 배웠다.

 

 

 

  마중물

 

                                                                                                                              김 영 식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펌프 안에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 합니다. 지상으로 나들이오실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캄캄한 땅속으로 마중 나가는 물의 사신(使臣)이지요. 물이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작은 사물에도 인격을 부여한 옛 어른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말입니다. “마중물‘하고 입안에 궁굴리면 먼 고향처럼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마중물은 우선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말함입니다. 마중물이 지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결코 올라오지 못합니다. 마치 데메테르가 지하로 내려가 사랑하는 딸 페르세포네를 구해오듯. 마중물이라는 계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물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건 타자를 위한 자기희생이지요.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가 본받아야 할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변엔 마중물이 많습니다. 단풍은 겨울을 위한 마중물이고 구름은 비를 위한 마중물이며 현재는 내일을 위한 마중물인 것입니다. 이렇듯 사물의 모든 현상 뒤에는 그 현상을 있게 한 마중물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 이전의 물, 물을 있게 하는 물, 시원(始原)으로서의 물. 이 세상에 근원이 없는 것들은 없습니다. 나무도 물고기도 하찮은 돌멩이 하나도 다 근본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중물은 정체되어 있기를 거부하는 치열한 정신입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마그마는 흐르기를 멈춘 순간 바위로 굳어버리고 맙니다. 마중물은 스스로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움직임을 지향합니다. 멈추지 않는 운동성이야말로 마중물의 참속성인 것입니다. 그건 또 절차탁마하는 부단한 자기 갱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는 것이지요.

  한때 집안의 우물 유무가 부()의 정도를 가늠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고향집에도 펌프가 있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마을 공동 우물에 물동이를 갖다놓기 위해 대문을 나설 때마다 첨벙첨벙! 그 집의 물 긷는 소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마중물은 물의 씨앗입니다. 물의 종자인 것입니다. 이 물을 대지에 파종하면 대지는 더 큰물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중물은 시작이며 도전이고 매래의 꿈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시간을 만나기 위해 홀연히 어둠의 골짜기로 내려가는 마중물. 저라고 왜 일말의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젖은 벽을 더듬고 앞으로 나아갈 때 죽음에 대한 공포로 되돌아서고 싶은 때는 또 없겠습니까? 그러나 마중물은 그 모든 고난을 인내하고 마침내 지하의 물과 조우하고 맙니다. 가슴에 도전과 꿈 한 바가지씩 가지고 있다면, 그걸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역경의 숲도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불화와 분쟁의 장소에 마중물 한 바가지를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그 마중물이 불신과 증오와 갈등으로 점철된 캄캄한 지하로 내려가 이해와 공존과 화해의 손을 잡고 지상으로 올라오길 기원해봅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전쟁에서 평화로 건너가게 하는 힘이 마중물 한 바가지에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이 황폐해진 저도 오늘은 이 마중물로 꽃과 새와 별들을 길어 올려 시()를 지어야겠습니다.

 

 

 

 

 

오월입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 아침 창을 열면서 어릴 때 부르던 노래를

저도 몰래 부르고 있습니다. 푸른 오월, 계절의 여왕,

꽃의 계절 오월은 활기차고 행복한 달이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푸른 오월~!

                             - 이봉길 드림

 

* 첨 부 : 실전 수필쓰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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