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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이 / 김수영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 2020/12/02 [10:38]

아픈 몸이 / 김수영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20/12/02 [10:38] | 조회수 : 286

 

  © 한국예술문화타임즈



 

아픈 몸이

       김수영

​​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골목을 돌아서

베레모는 썼지만

또 골목을 돌아서

신이 찢어지고

온몸에서 피는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흐르는데

또 골목을 돌아서

추위에 온몸이

돌같이 감각을 잃어도

또 골목을 돌아서

아픔이

아프지 않을 때는

그 무수한 골목이 없어질 때

 (이제부터는

즐거운 골목

그 골목이

나를 돌리라

 

─ 아니 돌다 말리라)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나의 발은 절망의 소리

저 말()도 절망의 소리

병원 냄새에 휴식을 얻는

소년의 흰 볼처럼

교회여

이제는 나의 이 늙지도 젊지도 않은 몸에

해묵은

1,961개의

곰팡내를 풍겨 넣어라

오 썩어가는 탑

나의 연령

혹은

4,294알의

구슬이라도 된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김수영 시인》

1921년 서울 출생. 1935년 선린상업학교 입학. 1942년 일본 유학. 1943년 만주 지린성으로 이주. 1945년 시「묘정의 노래」로 등단. 1957년 시「폭포」발표. 1968년 대표작 「풀」완성 보름 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김수영! 이 시는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시다. 우리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모두 아픈 존재들이다. 아픈 세상에 던져졌으므로, 아픈 것은 당연할 터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이란 “아픈 몸이 / 아프지 않을 때까지” 묵묵히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 온갖 적들과 함께 / 적들의 적들과 함께” ,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즉 세상의 모든 것들(식구, 친구, 적들, 적들의 적들, 이 모든 것인 세상)과 화해하게 되는 날까지,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게 되는 날까지, 내가 나를 용서하게 되는 날까지, 아니 그들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건설하기까지, “무한한 연습”을 하며, 넘어지고 깨어지고 엎어지며 우리들은 지상의 낙원을 향하여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아픈 몸이여, 모든 아픈 이들이여, 축복 있으라.(홍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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