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나는 나쁜 시인 / 문정희 에서

백우기자 | 기사입력 2019/11/28 [22:42]

SNS, 나는 나쁜 시인 / 문정희 에서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11/28 [22:42] | 조회수 : 12

 

▲     ©한국예술문화타임즈

 

 

나는 아무래도 나쁜 시인인가 봐.
민중 시인 K는 유럽을 돌며
분수와 조각과 성벽 앞에서
귀족에게 착취당한 노동을 생각하며
피 끓는 분노를 느꼈다고 하던데

고백컨데
나는 유럽을 돌며
내내 사랑만을 생각했어
목숨의 아름다움과 허무
시간 속의 모든 가변에
목이 메었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눈물을 흘렸지
아름다운 조각과 분수와 성벽을 바라보며
오래 그 속에 빠지고만 싶었어.

나는 아무래도 나쁜 시인인가 봐.
곤도라를 젓는 사내에게 홀딱 빠져
밤새도록 그를 조각 속에 가두려고
몸을 떨었어.

중세에 부패한 귀족이 남긴
유적에 숨이 막혔어
그 아름다움 속에
죽고 싶었어.


- 문정희. <나는 나쁜 시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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