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시인

정유진기자 | 기사입력 2019/07/04 [23:00]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시인

정유진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7/04 [23:00] | 조회수 : 43

 

▲     © 한국낭송뉴스



겨울 들판을 거닐며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지 전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 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큰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 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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