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르는 천사 볼래?
김선우
아픈 것들이 자꾸 보인다는 그녀 배시시 웃으며 가끔 말하네
내가 기르는 천사 볼래? (천사는 웬?)
신신파스 붙여준 낡은 의자 가끔 장롱일 때도 있네
장롱 문짝에 나란하게 붙여진 신신파스 두 장 작고 흰 날개처럼 보일 때도 정말 있네
잠도 쌔근쌔근 아기처럼 자는, 내 맘이야 얼른 몸 털어 나았으면 싶지만
그녀가 천사를 기르지 않았으면 가구가 아픈 걸 까맣게 몰랐을 거네
《김선우 시인》 1970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대관령 옛길」등 10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산문집『물 밑에 달이 열릴 때』『김선우의 사물들』전래동화『바리공주』장편소설『나는 춤이다 』『캔들플라워』가 있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여 버렸다. 살해자 중의 살해자인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할 것인가”*
프리드리히 니체는“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한때 나는 하느님께서 만물에게 생명을 주실 때에는 저마다의 소명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나에게 부여한 사명을 찾아서 신의 뜻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십대 초중반을 교회로 성당으로 헤매고 다닌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니체와 같은 생각에 이르렀다.“신은 죽었다”고, 그렇지 않고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살다보면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에게“당신은 마치 천사와 같아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칭찬인가? 욕인가? 구분하지 못할 세태에 이르렀다. 그 말은 칭찬인 동시에‘그렇게 약해빠져서 또는 그렇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살면 결국 손해만 볼 텐데, 쯧쯧 가여운 사람 같으니라고......’라는 혼잣말을 동반하기 십상이다.
천사보다 차라리 악마가 되기를 꿈꾸는 시대에 김선우의 천사는 맑고 상냥하여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장롱 문짝에 나란하게 붙여진 신신파스 두 장 / 작고 흰 날개처럼 보일 때도 정말 있네”장롱 문짝이나 낡은 의자가 아프다고 생각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주 꼬꼬마 시절, 우리 모두는 천사였다. 우리는 신의 세계에 복무하고 있었다. 그 시절 우리들은 신화의 세계에 살았다. 들판에 핀 꽃 한 송이를 꺾고서도 아이들은 “꽃아, 미안해.”라고 민들레에게 까마중에게 거듭 사과하지 않았던가.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하였던가! “아픈 것들이 자꾸 보”여서 “천사를 기르”게 된 “그녀”는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디즈니랜드를 재현하고 있다.
지금, 아픈 당신은 천사를 기르고 있을 확률이 농후하다. 남몰래 천사를 키우고 있으니 어찌 아니 아플까? 당신!(홍수연)
* 니체,《즐거운 학문(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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