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잎 / 복효근시인

정유진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5/21 [00:30] | 조회수 : 45

 

▲     © 한국낭송뉴스



꽃 잎

 

복효근

 

 

국물이 뜨거워지자

입을 쩍 벌린 바지락 속살에

다시 옆걸음으로 기어서 나올 것 같은

새끼손톱만한 어린 게가 묻혀있다

 

제 집으로 알고 기어든 어린 게의 행방을 고자질하지 않으려

바지락은 마지막까지 입을 꼭 다물었겠지

뜨거운 국물이 제 입을 열어젖히려 하자

속살 더 깊이 어린 게를 품었을 거야

비릿한 양수의 냄새 속으로 유영해 들어가려는

어린 게를 다독이며

꼭 다문 복화술로 자장가라도 불렀을라나

이쯤이면 좋겠어 한 소꿈이라도 꿀래

지난 밤 바다의 사연을 다 읽어보라는 듯

바지락은 책표지를 활짝 펼쳐 보인다

책갈피에 끼워놓은 꽃잎 같이

앞발 하나 다치지 않은 어린 게의 홍조

 

바지락이 흘렸을 눈물 같은 것으로

한 대접 바다가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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