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지 별사 / 정일근

다솔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4/28 [22:38] | 조회수 : 43

▲     ©한국낭송뉴스

  

감은사지 별사

 

정일근

 

입춘날 아침 감은사에 갔다가

해바리를 하고 있는 걸인 부부를 보았습니다

서탑 기단부 하대석 위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넓은 상대석 면석으로 동해바다 겨울바람을 막고'

귀한 순금빛 햇살을 온몸 가득 쬐고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에 너무 얇은 옷과

풀어헤친 머리며 오랫동안 씻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그들에게 쏟아지는 아침 햇살만으로도

두 사람은 이 세상은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두툼한 겨울 외투를 걸친 사람들은 추위에 웅크리며

걸인 부부 앞을 무심히 지나쳐 갔지만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무소유의 감은사 절터처럼

가지지 않고서도 넉넉한 모습이어서

내 눈동자 속 눈부처로 붙박혀버렸습니다

동탑과 서탑이 잠시 사람으로 변해 우리를 찾아왔을 것이라고

선덕여왕과 지귀가 환생해 사랑나들이 왔을 것이라고

돌아오는 길 나와 같이 간 동행에게 들려주었지만

동행은 그 걸인 부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감은사 비터에는 동서 쌍탑만 서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