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 오세영

다솔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4/28 [18:21] | 조회수 : 39

▲     ©한국낭송뉴스

  

숲 속에서

 

오세영

 

 

어떤 것은 예리한 도끼로 쳤고

어떤 것은 잔인하게 톱으로 싹둑 베어버렸디.

외진 숲 속의 잘린 나무들,

아직도 나이테 선명하고 송진 향 그윽한데

너는 일말의 적의도 없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세상에 베풀기만 하였구나

살아서는 꽃과 열매를 주고

우리로 하여 푸른 그늘 아래 쉬게 하더니

어느 악한이 장작 패서 불태워버렸을까,

어느 무식이 너를 잘라 불상을 새겼을까

그래도 모자람이 있었던지

너는 죽어버린 끌덩이에서 조차 파아란 이끼를 키우고

또 다소곳이 버섯까지 안았구나

딱새, 벌, 산꽃, 다람쥐, 풀잎

심지어는 혀를 낼름거리는 꽃뱀까지도

왜 너와 더불어는 평안을 얻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소신공양이 따로 없느니

네가 바로 부처인 것을

내 오늘 산에 오르며 문득 자연으로 가는 길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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