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아래서 / 나태주

다솔 시인 | 기사입력 2019/04/26 [00:26]

대숲 아래서 / 나태주

다솔 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4/26 [00:26] | 조회수 : 47

 

▲     ©한국낭송뉴스

 

 

대숲 아래서

 

나태주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어 빼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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