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등 / 손택수시인

벽솔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4/24 [23:40] | 조회수 : 34

 

▲     © 한국낭송뉴스



아버지의 등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 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 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서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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