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담다 / 주 영 희시인

집으로 가는 계단

백우기자 | 기사입력 2019/04/11 [19:57]

흔적을 담다 / 주 영 희시인

집으로 가는 계단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4/11 [19:57] | 조회수 : 162

 

▲     ©한국낭송뉴스

 

 

흔적을 담다

 

 

 

여기 초라한 손이 있다

 

갈퀴처럼 구부러진 손등이 펼쳐있는

로스코의 드로잉화*

 

거칠고 지친 흔적들로

얼룩져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손도

탯줄에서 분리되는 두려움을 두 손안에

화인으로 새겨

 

무의식 저 너머에 간직하고

 

물을 헤쳐 나왔을 터 … …

 

언제나 생각과 노동의 싸이클이

기계적으로 일상을 새김질하는

 

손바닥을 들여다 보면

 

미로의 퍼즐처럼 생명의 연기(緣起)

무채색의 밑 그림으로 실금을 긋고있다

 

어느때인가

순결한 목화송이 멍울처럼 피어나기 전

 

세상모르던 민가슴 계집아이

미모사 꽃술 예민한 촉을 손에 쥐고

있었다

 

세상의 약손과 악손을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 마크 로스코 – 20세기 미국의 초현실주의 화가

 

 

 

 

 

 

 

 

 

 

집으로 가는 계단

 

 

 

상자의 틀을 고집하는

너의 내면은

직립으로 일어서는 근육으로 차 있지

 

집으로 가는 계단은

직진으로

방사형으로 미로의 탄력을 얻는다

 

숫자들이 명패가 되는

101, 103, 108,

벽 사이 음각으로 잠겨있는 비밀들이 심심해지는

흰 뼈대의 입

 

허공에서 낭창낭창 사다리가 이파리처럼 흔들린다

 

주름주름 흠결 굳어가는 부동의 자세로

창을 달고

밤새워 슥삭 슥삭

얼굴을 닦는 일

 

회분장 짙은 얼굴

부딪쳐서 깨질 감정을 억누르고

 

시간 깊숙이 파고드는 근육의 돌기들이

묵언으로 각을 세우는

너를 찾아가는 길

 

 

 

 

 

 

 

 

 

 

 

 

 

 

 

주영희 시인
2013년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 '그 여자의 창'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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