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 / 황현중 시인

벽솔시인 | 기사입력 2019/03/28 [22:07]

정류장에서 / 황현중 시인

벽솔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3/28 [22:07] | 조회수 : 225

▲     © 한국낭송뉴스



 

 정류장에서

황현중


빗속에서  달빛이 질척거리고 있다
마지막 버스가 오기 전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안개처럼 흐린 눈으로
더러는 궁핍하게 솟은 어깨로
검은 밤의 두께를 만지작거린다
때로는 젖은 담배연기 속에서
불안한 헛기침 소리가 들리고
흐릿한 눈동자들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눈물을 뿌린다
삶이란 둑이 무너지는 홍수처럼
마침내 오열하고 마는 것일까
그러나 오늘만은 아니라고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빗줄기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삼키지 못한 슬픔이 자정을 지나
내일의 문턱을 넘을 때
달빛 속 젖은 낙엽 한 장처럼
마지막 버스가 도착하고
그렁그렁 꺼지지 않는
네 바퀴의 화음이 온몸을 적신다.



반지의 독백

황현중


당신의 시간과 함께 으깬
황금의 원주율
이것은 나의 우주예요

벗어나지 말아요
당신의 둘레를 지키는
맨살 위의 병정
나는 당신의 전쟁이에요

제발, 떠나지 말아요
진지를 잃어버린
참혹한 패잔병

그래요
당신 없는 나는
허공을 할퀴는 녹슨 굴레예요.



(작가 약력)
전북 부안 출생
한국시사문단에 시와 평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사문단 신인상 심사위원
제6회 북한강문학상 수상
시집 <조용히 웃는다>, <너를 흔드는 파문이 좋은 거야> 
산문집 <딴짓 여로> 
현재 전북 무주우체국장으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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