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긴 밥 / 김 남 권시인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3/28 [20:44] | 조회수 : 193

 

▲     © 한국낭송뉴스



남긴 밥 

김 남 권

 

 

 

배고팠던 시절에도 집에 가축을 길렀던 사람들은

밥그릇을 비우는 일이 없었다

일부러라도 밥을 남겨야 강아지가 먹고

닭이 먹고 남으면 밤중에 몰래 산짐승이 내려와 먹고 가기도 했다

 

가난했지만 함께 뜨거워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목숨이라면 배부르지는 못해도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한다고,

가까운 친척집에 초상이라도 치르는 날이면

이웃집에 가축들의 안부를 부탁하고, 돌아올 때는

고깃근이리도 싸다 드리곤 했다

 

같이 살아남아야 행복한 이유를 알았던 시절,

동네 집집마다 살림살이가 한결같이

팍팍한 화전민 형편이었지만

한 사람도 힘들다고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가축들도 주인을 닮았는지 순하고 그리웠다

밥도 고기도 배가 터지도록 먹고 가축이

애완동물이 되었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배부른

사람들은 밥을 굶기기도 하고 내다버리기도 하고

고층아파트 베란다에서 집어 던지기도 한다

 

남겨야 할 밥이 없다는 사실은

나누어야 할 그리움이 없다는 말이다

뼛속까지 허기가 져도 발등을 타고 올라

물끄러미 쳐다보는 개미에게 나눠 줄

밥풀 하나 슬그머니 흘리고,

가슴으로 배웅해야 할 따뜻한

물 한 방울 남기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동안 허방에 빠져도 슬

쩍 딛고 올라 올 뜸 같은 틈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