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급차

박관식 | 기사입력시간 : 2019/03/14 [13:39] | 조회수 : 68

 

은 공간이 어둡다. 간이침대 옆에 가득한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들 속에는 검사 키트와 응급 처치용 보조물이 빼곡하게 차여있다. 산소통, 수액, 니들 등의 각종 검정 라벨이 차갑게 나를 주시한다. 적막이 감싸며 호흡이 빨라진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던져져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자정이 넘어 잠자는 시간이라서인지 마냥 느린 시간이 원망스럽다. 테헤란로를 질주하는 "119 응급차" 속에서 쪼구려 앉아 시간 타령만 하고 있다. 아내의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옆에 앉은 구급 대원의 손놀림이 바빠지며 검사용 줄이 여기저기 연결된다.

말 저녁시간에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하며 여유롭게 이야기하였다. 갑자기 아내가 땀이 쏟아지며 두통이 온다고 누웠다. 손끝도 따보고 토해보려고도 했다. 쉬면 낳겠지 하며 다섯 시간 정도 안쓰럽게 버티던 아내가 병원에 가자고 한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계속 돌며 끊임없이 위가 울렁거려서 더 이상 참기가 어렵단다. 겁이 덜컹 났다. 그렇지 않아도 가슴 졸였는데 숨이 꽉 막히는듯했다. 이렇게 무능할 수가 없다. 아내는 옆집에 사는 조카에게 병원까지 부탁했다가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119를 호출했다. 아파트 주민이 깨서 놀란다고 경고등 끄고 오라고 한다. 화장실 가는 방향도 모를 정도로 심한데도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여전하다. 오 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차 대원들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응급 대응에 믿음이 갔다. 상태를 상세하게 묻더니만 혈압, 맥박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며 환자를 안심시킨다.

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응급실 접수대로 뛰어가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아내는 구급 대원에 의해 신속하게 응급환자 전용문 안으로 들어갔다. 환자 대기실에서 돌아가는 구급 대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잠시 후에 혈액부터 채취하며 링거 수액 2개를 동시에 맞기 위해 십자형 세트의 굵은 바늘을 아내의 팔에다 삽입한다. 휠체어 타고 배정된 응급실 칸막이 안에 들어가서 아내를 참대에 뉘었다. 이제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손이 너무 차다. 마냥 두 손을 안마해 주었다. 아내 손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계속 주물렀다. 이 작은 손이 지난 40여 년간 우리 집안을 잘 건사해 왔다. 감사와 미안함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고마운 손. 혈액검사, CT 촬영, X-ray, 검사도 신속히 진행되었다.

시간이 안되어 담당 전문의가 왔다. 증상은 통상 뇌와 귀 두 곳에서 오는데 뇌출혈은 없다고 한다. 일단 귀가 원인이라고 하며 귀가하여도 좋단다. 물론 다음 주에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 예약도 해 논 상태였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구급차 부를 때부터 지난 세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비백산하였던 지난밤은 먼 이야기가 된 듯 고즈넉한 아침이 왔다. 기상하기 싫어서 침대에서 좀 더 뒹굴었다. 잠자는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보았다. 아! 따뜻하다. 기척에 눈을 뜬 아내의 해맑은 웃음이 고맙다. 걱정 말고 산에 다녀오란다. 아직 산에는 겨울이 그대로 잠자고 있다. 봄의 전령인 산수유 노란 꽃이 터지기 직전이다. 돌계단을 오르며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많은 생각이 교차된다. 삶의 가치와 시간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심운 2019.3.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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