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시인

백우기자 | 기사입력 2019/02/12 [20:30]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시인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2/12 [20:30] | 조회수 : 74

 

▲     ©한명희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

 

 

 

북국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 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둥켜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짱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北塞)로 가는 이삿군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금성>(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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