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콩 / 이은규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시간 : 2018/11/28 [18:23] | 조회수 : 70

 

▲     © 한명희



애콩

이은규

 

 

어느 마을에선 완두콩을 애콩이라 부른다

 

덜 여문 것들에게선 왜 날비린내가 나는지

푸른 날비린내가 나는 이름, 애콩

생의 우기를 건너다 눅눅해져 애를 태우는 것들

 

엄마는 왜

이 밤에 콩을 까실까, 콩을

불도 안 켜도

 

꼬투리를 세워 깍지를 열었는지

텅 빈 시간 몇 알 후둑, 후두둑

그릇 위로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잠시 한숨을 고르고

알맹이들을 한쪽으로 쓸어 모으는 손길

 

알맹이라 착각하고 싶은 둥근 시간들이

꼬투리라는 최초의 집을 떠나면

차오른 허공을 바라보며 허부렁해질 저 꼬투리

 

열린 방문 사이로 말없이 묻는다

엄마는 왜

이 밤에 콩을 까, 콩을

문틈의 빛줄기 너머로 말없이 들린다

잠이 안 와서, 잠이

 

철없는 애콩이

꼬투리 잡힐 과오들을 푸르름이라 착각하며

날비린내의 몸을 말아 둥글게 누워 있다

 

최초의 몸이면서 집인 콩꼬투리

덜 여문 날들을 다독이느라 푸른 물이 들었을 손

그 손이 인기척도 없이 방문을 닫는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나는 닫힌다, 한 철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