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일만시집 뼈의 속도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2/01 [18:45] | 조회수 : 82

 

▲     ©한명희

 

▲     © 한명희



 박일만의 시에는 간난, 고한을 건너온 갑남을녀들이 즐비하다. 노숙하는 사내, 누이, 백부,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생의 여정에 담긴 곡진하고 핍진한 표정들을 담았다. 그 사람들은 한쪽으로 기우는 다리를 아내의 휠체어가 지탱해 주고/ 노인은 아내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었던 것처럼 시인의 삶에 동행이 되어준 것들의 목록이다. 그의 시는 수사가 화려하지 않다. 요란스럽지 않다. 과장도 군더더기도 없다. 때문에 번다한 유추의 과정 없이 수묵 담채화처럼 맑고 고즈넉하게 마음에 안겨온다.“하루치 식량을 벌기위해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새/ 겨우 한 조각의 햇살을 물고 귀가하는 아비가 시인의 모습일지라도 시든 꽃을 솎아내려다 그만 두는것 같은 생을 향한 연민과 긍정이 따뜻하게 전해온다. “검을수록 맑은 소리를 품는숯과 같이 남김없이 타오를 구도적인 자세 또한 박일만을 천생 시인으로 읽게 한다. _복효근 시인

 

 

박일만의 시는 비유 체계가 내밀하고 은밀하다. 문장 속에 비의를 숨긴다. 내밀과 은밀과 비의가 몸으로 구현된다. 몸을 말하지만 몸을 말하지 않는다. 시가 언어 밖인 것처럼 몸은 몸 밖이다. 몸은 인생이고 지구이고 우주이다. 성한 날이 없었던 몸은 내 것이 아니다. 상처투성이의 몸은 지구의 저녁을 닮았다. 그의 생체 시계는 저녁이다. 소멸과 공허와 적빈과 황혼과 늙음과 쇠락으로 기운다. 이것은 부정이 아니라 인생을,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이고 인간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방식이다. 그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말한다. 몸은 지구로 확장된다. 감자 껍질은 싹을 틔우고 키워서 사람을 먹이는 세상의 어미가 된다. 나는 어머니의 알몸이고 어머니는 내게 모두 빨려 가죽만 남긴 감자 껍질이다. 사물에서 사건에서 세상의 내밀과 은밀과 비의를 꿰뚫어보는 시인은 결국 세상 모든 잉태는 껍질의 후생이다는 위대한 발견을 한다. “몸이 기억하는 사랑보다 완고한 사랑이 있을까라는 명제를 발명한다. 그의 시적 수행은 사리처럼 여물고 목탁처럼 둥글다. 언어의 보살행이 경전처럼 깊고 자유롭다. _공광규 시인

 

 

 

 

 

 

시인의 말

 

 

에둘러 왔을 뿐

아직도 거기다

부단히 헛발질 하며

물살을 거슬러 왔으나

내 안의 시간들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나는 늘 접점을 찾아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생을 통째로 기습하는 낯설음 앞에

기시감이 다가서자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그것이 내 은밀한 자유이다

거기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살아 있다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하였으며 2005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문화예술발전기금(2011, 2015)을 받았으며 시집으로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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