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 이문재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시간 : 2018/11/28 [10:59] | 조회수 : 99

 

 

▲     © 한명희




대가족

 

이문재

 

 

돌아오는 금요일이

아버지 기일

올해로 스물일곱해째

그러고 보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매년 꼬박꼬박 나이를 드신다

살아서 팔십 돌아가시고 나서 스물일곱

 

그러고 보니 죽은 자에겐

죽은 그날이 두 번째 생일이다

죽음이 새로 살기 시작한 첫날이다

살아 있는 우리가 기억한다면

기일은 엄연한 생일이다

 

아버지가 꼭 그렇다

돌아가시고 나서 더 자주 오신다

당신 제삿날은 물론이고

어머니와 큰 형님 큰 형수 제삿날

설과 추석에는 며칠 전부터 안방 차지

내 생일 아침에도 큰 기침을 하신다

 

아이들 졸업식에는 물론

친척들 장례식과 결혼식장

명퇴 전 날에는 회사 앞 단골술집

어젯밤에는 사나운 꿈자리에까지

아버지 안 가시고 자주 오신다

올해로 백일곱 참 오래 사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 네 식구

한 달에 한 번 밥 한 끼 같이 먹기 힘든

우리 집이 여전한 대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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