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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패 / 한명희

홍수연시인 | 기사입력 2021/10/25 [10:42]

부전패 / 한명희

홍수연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21/10/25 [10:42] | 조회수 : 314

 

 

  © 한국공정문화타임즈



 

부전패

 

 

 

               한명희

 

 

 

 

사방이 링인 적이 있었다

싸우고 싶지 않지만 싸움이 되는 때가 있었다

싸움인 줄 몰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코피가 터져 있는 때도 있었다

나는 이제

훅도 제법 날릴 줄 알게 되었고

맷집도 이만하면 좋아졌는데

나를 자꾸만 내려오라고

게임은 이미 끝이 났다고

 

 

 

 

 

《한명희 시인》

1965년 대구 출생. 1992년 《시와 시학》 등단.

시집으로 『시집읽기』『두 번 쓸쓸한 전화』『내 몸 위로 용암이 흘러갔다』『꽃뱀』등이 있다.

 

 

 

  나는 항상 세상과 싸워 이기고 싶었다. 나는 왜 그토록 이기고 싶어 했을까? 이기고 싶다는 욕망으로 왜 그토록 나를 괴롭히며 살았던 것일까? 내가 그토록 이기고 싶어 했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영혼 없이 사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 그럼 나는 영혼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던 것일까. 세상이 정한 게임의 룰을 금세 숙지하고 그 게임에서 승승장구하던 사람들? 겉 다르고 속 다르던 사람들? 이 얼마나 유아틱한 생각인가. 대체 어른들의 세상에서 자신의 속을 빨래처럼 내걸고 사는 바보 같은 사람을 원하였다니! 조세희 소설가의 소설(『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난쟁이가 승리하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나, 그래서 나는 그들과 싸워 이겼는가. 세상의 문법과 싸워서 이겼는가. 내가 나를 이겼는가.

  이제 세상과 동떨어져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내 졸시「슬픔부자」의 한 구절을 빌려 말한다. “삶은 이기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 비기는 것임을 아는 자의 것”이라고...

  세상은 내게 “게임은 끝이 났다”고 “자꾸만 내려오라고” 섣불리 말하지만, 시인과 내가 그토록 이기고 싶어 했던 세상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이 내적 싸움이 어떤 식으로든 시인과 나를 고양시킬 것을 믿는다.(홍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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