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한국인 노숙자 /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김영호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1/15 [01:44] | 조회수 : 287

 




시카고의 한국인 노숙자
 
 
70년대 중반 미국 유학시절이었다.
시카고에서 학비마련을 위해
한 병원에서 청소를 하고 숙소로 오다가
동네 코너에 앉아있는 한 한국인 노숙자를
보았다. 그를 일으켜 커피샾으로 들어가
그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
그는 한국 부산에서 공무원이었다.
간호사인 아내를 따라 어린 딸을 데리고
이민을 왔다. 그는 철공장에서 중노동을 하고
부인은 병원 간호사로 일을 했다.
그는 직장에서 영어를 잘 못해 어려움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집에 와 술을 마셨다.
술을 못마시게 하는 부인과 자주 말다툼을 하고
이내 부인이 이혼을 요구해 집에서 나와
별거를 하던 중 직장마저 잃고 거리에 나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벌써 3년간 노숙을 했다는 그의
얼굴은 황달을 잃는 듯 누렇게 굳었고 황소만한
큰 눈엔 딸이 보고파 흘린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의 좁은 숙소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책을 읽고 일기를 쓰도록 해 정서를 안정시켰다.
내가 일하는 병원의 세탁소에 소개를 해
세탁물을 수거하는 일로 작장을 구해주고
교회로 인도 예배를 보니 얼굴빛이 밝아졌다.
부인에게 찾아가 그가 딸을 주말에 만나볼 수
있도록 사정을 해 허락을 얻어내고
운전을 해주어 토요일이면 딸과 만나게 했다.
 
마침내 그는 중고차를 사고 직접 운전을 하여
주말이면 그의 생명과도 같은 딸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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