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아/김이듬

박용진시인 | 기사입력 2020/08/04 [10:10]

히스테리아/김이듬

박용진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20/08/04 [10:10] | 조회수 :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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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아/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잡해 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사이더잖아 아웃사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 놈을 한 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 자궁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인 히스테라(hystera)에서 유래한 히스테리는 자궁의 이상에서 발병하는 병임을 논했다. 지하철 내부라는 공간은 급박하고 좁은 공간이다. 여러 변수가 돌발상황으로 오며 많은 인파 속에서 잘못 둔 손 위치로 치한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급하게 달리는 지하철은 바쁜 일상만큼이나 내 마음과 다르게 돌아가는 만상에 대한 반동의 상상이랄 수도 있다. 자신 혹은 타인의 체험을 토대로 쓴 시에서 무한대로 증식하는 시뮬라크르처럼, (박용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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