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우연이여 너를 필연이라

나벽솔기자 | 기사입력 2020/06/29 [01:25]

SNS, 우연이여 너를 필연이라

나벽솔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20/06/29 [01:25] | 조회수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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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여
너를 필연이라 부른 것을 사과한다.

필연이여
혹시라도 내가 결국 잘못 생각한 것이라면 사과한다.

행운이여
내가 너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에 화내지 말라.

죽은 자여, 내 기억이 희미해져 가도 이해하라.

시간이여
매순간 내가 그냥 지나쳐 간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사과한다.

먼 곳에서 일어난 전쟁이여,
집으로 꽃을 사 들고 가는 나를 용서하라.

지나간 사랑이여
새로운 사랑을 첫사랑으로 여긴 것을 사과한다.

벌어진 상처여, 손가락으로 너를 쑤신 것을 용서하라.

절망의 깊은 곳에서 우는 이여
여유롭게 춤곡을 감상하는 나를 용서하라.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이여
새벽 다섯 시 단잠에 빠져 있는 나를 용서하라.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희망이여
때때로 웃음을 터뜨리는 나를 눈감아 달라.

사막이여,
한 모금의 물을 주기 위해 너에게 달려가지 않는 나를 눈감아 달라.

그리고 너, 몇 년 동안
똑같은 새장에서 똑같은 지점만 응시하는 독수리여,
비록 네가 박제된 새일지라도 나를 용서하라.

잘려진 나무여 탁자를 받친 네 개의 다리에 대해 사과한다.

위대한 질문이여 보잘것없는 답변을 사과한다.

진실이여 나를 너무 주목하지 말라.

위엄이여 내게 아량을 베풀어 달라.

존재의 신비여 네 옷자락에서 실밥을 뜯어낸 것을 이해하라.

영혼이여, 내 너를 자주 잃어버리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라.

모든 사물이여
내가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음을 사과한다.

모든 사람이여
내가 각각의 여자와 남자가 될 수 없음을 사과한다.

나는 안다, 나 자신이 내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살아 있는 한 그 무엇도 정당화할 수 없음을

언어여 부디 내 의도를 비난하지 말라.

한껏 무게 있는 단어들을 빌려와
짐짓 가볍게 보이려고 힘들게 애쓰고 있는 나를..

From.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작은 별: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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